1. '정서적 장악' 가스 라이팅이 뭐길래?
최근 '가스 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말이 많이 들려옵니다. '상대방의 심리,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나에게 종속되게끔 하는 것'입니다. 가스 라이팅 하는 사람은 엄청난 지배력을 가지고 커다란 감정 폭력을 행사합니다. 왜냐면 상대방에게 어떠한 판단, 주체적인 생각, 자발적인 행동을 허락하지 않고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말이죠. "너의 말은 틀렸어", "내 말을 기분 나빠하는 것은 네가 예민하기 때문이야" "정말 너는 네 문제를 모르겠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내가 아니면 너한테 누가 이런 말을 해줘?" 등의 말과 함께 상대방의 기억을 반박하고, 실수를 왜곡하며 과장합니다. 이 말에 지속해서 노출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결여되고 자기 의심이 증가하며, 비난받기 두려운 마음으로 자연스레 종속됨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연인 관계뿐 아니라 부모-자녀, 직장, 친구 관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만, 가스 라이팅이 연인과 부부 관계에서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1:1 관계이며 '매우 돈독한 사이'라는 관계적 특수성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2. 가스 라이팅 당하는 심리적 이유
첫 번째, Strube(1984) 심리적 함정 이론
심리적 함정에 빠진 피해자는 가스 라이팅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돈독한 관계 형성을 했고, 그(그녀)가 나를 위해 조언하고 관여한다고 생각하여 지속적으로 이 위험한 관계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상대방의 애정 어린 행위에 걸맞게 나의 행동을 변화시켜 왔던 시간, 노력, 헌신 등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학대적 관계에 지속적으로 몰두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두 번째, Long과 McNamara(1989) 강화 이론
가스 라이팅을 당한 피해자는 폭력적인 파트오와의 관계 속에 높은 긴장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늘 불안하며, 언제고 지적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하고 있죠. 그런데, 가스 라이팅 하는 사람의 특성은 늘 질책만 하지 않고 많은 공감과 애정을 주는 반대의 행동 또한 매우 큽니다. 이때, 피해자는 긴장감과 두려움이 잠시 감소하고 상대방의 따듯함에 지나치게 감사하게 되는데 이는 피해자에게 '부적 강화'로 작용되어 가스 라이팅 관계를 지속하는 것입니다. (*부적 강화: 혐오하는 상황이 제거되므로 인해 바람직한 상황이 더욱 극대화되는 경향)
세 번째, Seligman(1975) 학습된 무기력 이론
학습된 무기력은,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으로, 실제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되더라도 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가스 라이팅을 경험하지만 이미 주체성을 잃은 관계를 종결시키기 어려워 지속 가스 라이팅에 노출된다는 것입니다.
3. 스스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스스로 잠재적 가해자가 아닌지, 혹은 나도 모르게 이러한 가스 라이팅에 노출되어 심적 고통을 받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만일 알아차린다면 그 행동을 멈출 용기, 그리고 도움을 구할 용기 또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