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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30대 여자 심리(행복하고 걱정돼)

심리여왕 2021. 11. 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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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란: 원가족으로부터의 분리

 결혼을 앞둔 30대 여자는 행복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예비신랑이 믿음직스럽고 좋은데 밉고 답답합니다. 엄청난 양가감정이죠. 누군가의 아내가 되는 것을 상상하며 한껏 들뜨다가 이내 침울해져 버리는 하루가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 요즘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예비 신부님들도 저와 같으실까요?) 33년을 엄마 아빠 딸로 살아오면서 그저 '딸'이기만 했던 내가 결혼을 한다는 게 영 어색한 마음인가 봅니다. 20대 초반 독립을 해서 특별한 변화가 없음에도 말이죠. '원가족'은 자신이 태어난 가족으로, 나를 포함한 부모 형제자매를 가리킵니다. 결혼은 '생식 가족'이라고 하는데 배우자와 자녀를 일컫는 말이고요. 아직은 원가족으로부터의 안정감이 훨씬 더 큰 때인데, 심리학을 전공하며 수없이 많이 들은 말은 '부부로서의 새로운 가정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익숙한 것으로부터 떠나거나 멀어질 때 느끼는 불안을 모른 채 할 수가 없습니다. 원가족으로부터 분리되는 그 불안이 대화의 순간 자꾸 튀어나와 갈등을 만들고, 그 갈등은 소속감 없이 공중에 떠버린 듯한 제 마음을 더욱 헤집어 놓습니다.     

2. 갈등: 불안한 마음과 충족되지 않는 안정감

 예비 신랑과 결혼 준비를 하며 여러 차례 갈등을 겪었지만 우리는 결혼을 80여 일 앞두고 있습니다.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며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못내 아쉽습니다. 이제는 엄마 아빠 딸이 아니라는 정체성과 소속감의 불문명으로 인한 불안을 예비 신랑으로부터 충족받고 싶은데, 30년 넘게 각자 살아온 인생이 한 번에 융화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그를 다 포용하지 못하니까요. 우리의 이런 복잡한 마음이 서운함을 낳고, 소중한 나의 본래 가족을 챙길 수 없음에 슬프고, 아내와 남편이라는 고정 역할을 준비하는 삶이 다소 무겁다 보니 작은 것도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 거 아닐까요? 어쩌면 서로를 통해 불안을 해소하고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데, 각자의 원가족과 우리가 이루어갈 생식 가족 양쪽 모두에 반반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3. 깨달은 것들: 상실에 대한 의미 있는 애도의 시간

 최근 부쩍 엄마와 다툼이 잦아졌습니다. 짜증을 내고 후회하고, 화를 내고 죄책감이 들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눈물이 납니다. 엄마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닌데 엄마 말이 달갑지 않은 이상한 마음입니다. 자아는 이성적이니까, '이제 결혼하면 엄마 아빠 딸에서 분화되어 부부로서 아내의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현실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에게 나는 여전히 딸로서 수많은 날것의 불안과 초조함을 감출 길 없다 보니 엄마로부터 염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괜히 예비 신랑까지 미움을 사게 했을까 봐 걱정도 되고, 엄마를 속상하게 할까 봐 말하지 못한 것들까지 한데 섞여 짜증 어린 목소리로 나갑니다. 이 모든 과정이 이제야 비로소 독립적인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도의 시간'이라는 말이 있지요? 꼭 그 대상을 잃어야 애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의미 있는 상실에 필요한 시간입니다. 정상적인 애도는 상실의 시간을 건강하게 회복하고 또 다른 관계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둥지를 떠난 아기새가 포근하고 안락한 안식처를 내내 그리워하지 않듯이, 우리도 거칠지만 넓은 하늘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유와 또 다른 안정감을 느끼는 예비 신부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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